도서관에서 서적을 맡아보는 직분을 '사서'라고 한다. 우리가 흔히 도서관에서 만나는 공무원은 대부분 사서직이라고 보면 된다.
사서직으로 시작해 평생 책과 함께 해 오다 퇴직한 공무원이 전공을 살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. 그 주인공은 바로 2022년 연말 장유도서관장으로 퇴직한 차미옥 관장으로 지난 1월 18일은 그의 화려한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날이었다. 데뷔전이 있던 날 차 관장을 만났다.
차 관장은 4시부터 시작되는 김해기적의도서관 '기적의 그림책' 프로그램에서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3시간 전부터 자료를 준비하고, 책 읽기를 연습하고 있었다.
'기적의 그림책'은 자원봉사동아리 '아그랑'(아이들이랑 그림책이랑) 회원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도서관을 방문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으로 7명의 회원들이 교대로 참여하고 있다.
이날이 차 관장의 순서였는데 아무래도 혼자서 온전히 30분이라는 시간을 이끌어 가야하다 보니 많이 긴장된 모습이었다.
"36년동안 공직 생활을 했는데 지금보다 더 떨렸던 적은 없었습니다. 제가 진행하는 이 시간이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."
아이들과 마주 앉아 책을 꺼내드는 차 관장의 손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. 4시, 드디어 시작이다. 차 관장이 자세를 고쳐앉자 순간 공기가 달라졌고, 그의 손과 입이 능수능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. 아이들도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집중하기 시작했다. 봉사동아리 이름처럼 그 시간, 그 공간에는 '아이들이랑 그림책'만 있는 것 같았다.
그렇게 그림책 속의 한 장면 같은 시간이 흐르고 그의 데뷔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.
환한 미소로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한줄기 흐르고 있었다.
"오늘 회장님(차 관장은 아이들을 회장님이라고 부른다)들을 만나 2권의 책을 읽었는데 이 시간이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."
평생 공직생활을 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퇴직 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차미옥 관장의 화려한 변신을 응원하며, 제2의, 제3의 차미옥이 계속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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